인트로
지난주 수요일에 스타벅스 면접을 봤는데 오늘 드디어 '합격' 문자를 받았다.
면접 때 점장님께서 결과가 빠르면 이번 주 월화수, 늦으면 다음 주 월화수 중에 나온다고 하셨는데 다행히 빠르게 소식을 받았다.
이제 다음 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교육을 들으러 간다.
교육 이후의 일정은 내일 점장님께서 전달해주신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다.
벌써부터 설레고 교육도 진짜 열심히 듣고 즐겁게 일하고 싶다.
면접 후기
스타벅스 지원할 때는 집 근처 지점을 1/2지망으로 썼는데 연락이 온 곳은 집에서 약 50분 거리의 지점이었다.
그래도 지하철 한 번 혹은 버스 한 번만 갈아타면 되는 거리라 '오며가며 레시피 공부도 하고 적응되면 사업 준비도 병행할 수 있겠다' 싶어 바로 해보기로 했다.
면접 날은 어쩌다 보니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근처 서점에 들렀다.
책 구경을 하면서 ‘역시 나는 집에만 있는 것보다 밖에 나와야 자극도 받고 영감도 받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면접 시작 10분 전에 매장에 들어가 '오늘 면접 보기로 한 ○○○입니다' 하고 인사한 뒤 잠시 대기하다가 점장님과 1:1 면접을 진행했다.
질문은 주로 이런 내용이었다.
- 왜 스타벅스에 지원했는가
 - 비슷한 경력이 있는가
 - 우리 매장은 정말 힘든데 괜찮겠는가 (여러 번 강조하심)
 - 스케줄 근무인데 가능하겠는가
 - 근무 후 연락 없이 잠수 타는 사람이 많은데, 혹시 그만둘 때는 꼭 연락을 해줄 수 있겠는가
 
나도 이전에 팀을 이끌 때 신입이 갑자기 연락 끊는 경우를 여러 번 겪어봤기에 "만약 너무 힘들면 꼭 말씀을 드리겠다고, 하지만 저는 힘들더라도 열심히 할 각오로 지원을 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내가 스타벅스에 지원한 이유는 단순히 카페 일을 해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서비스·마케팅 관점에서 고객 경험을 직접 배우고 싶어서’ 였다.
개발자로서 서비스를 만들어봤지만 '만드는 것과 파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를 진짜 알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부딪히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면접이 끝날 무렵에는 점장님께서 살짝 합격의 뉘앙스를 주셔서 '조만간 출근을 하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합격 후 준비 과정
합격 문자는 점심쯤에, 교육 안내 메일은 오후 늦게 도착했다.
교육안내 메일보다 점장님께 먼저 전화가 와서 "축하드린다, 같이 일하게 되어 기쁘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런 따뜻한 전화를 처음 받아봐서 순간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아 감사합니다" 한마디만 하고 끝냈다..ㅋㅋㅋ
메일에는 준비해야 할 서류로 보건증, 등본, 최종학력증명서, 통장사본이 적혀 있었다.
다행히 보건증은 미리 신청해놨고 최종학력증명서는 사이버대 재학생이라 재학증명서로 출력했다.
또 교육 시에는
"단정하거나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으로 와주시고 모자나 슬리퍼는 착용을 지양해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는데
'슬리퍼 신고 오는 사람도 있나'싶었다.
세상엔 정말 별사람 다 있구나 싶었다.
다른 블로그 후기들을 보니 교육일에도 시급이 지급되고 첫날부터 사번이 발급돼서 직원할인도 바로 적용된다고 한다.
근무하면서 하루 2잔씩 마실 수 있다보니 따로 또 사먹을 일이 얼마나 많겠나 싶긴한데 그래도 일단 신나긴하다ㅋㅋㅋ
앞으로의 일정
내일 점장님께서 교육 주간의 근무 스케줄을 알려주신다고 한다.
아마 교육이 끝나자마자 바로 첫 출근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동안 다른 블로그들에서만 보던 내품기니 부재료, 레시피들과 씨름하는 날이 곧 올것이다.
'스타벅스는 텃세가 심하다던데 내가 가는 매장은 어떨까'하는 두려움 반, 설렘 반의 마음도 있다.
생각해보니 이번 주는 마지막 백수 주간이다.
시간이 널널할 때 최대한 개발할 거 개발하고, 과제도 끝내고, 스타벅스 앱으로 미리 메뉴를 보면서 눈에 익혀두려 한다.
언제나 처음은 설렌다. 하하
마무리
개발자로서의 12년을 뒤로하며 이제는 새로운 삶의 챕터를 열고 있다.
개발자로서의 정체성을 버릴 생각은 없지만
인생은 길고 한 가지 직업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엔 '바리스타로서의 나'로 살아보려 한다.
두 번째 인생도 힘들어도 버티면서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보람차게 보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