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스타벅스에서 일한 지 3주가 되었다.
그동안 내품기/부재료 시험을 봤고 업무적으로는 CS와 POS업무까지 보게 되었다.
보통은 처음 일을 시작하면 마감 근무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나는 계속 미들로만 들어갔다.
다른 파트너들이 '왜 계속 미들만 하시지?'하고 궁금해했지만,
뭐… 다 점장님의 생각이 있으시겠지 싶었다.
초반의 CS와 워싱
초반에는 주로 컨디바와 워싱(설거지) 구역을 왔다 갔다 했다.
그러다 다른 파트너가 '설거지만 하지 말고 CS 루틴대로 움직이면서
배달용품이나 얼음, 푸드 쪽 채움도 같이 봐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동생에게 '나 이렇게 일하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 거 맞냐?'고 물어보니
'초반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잘하는 거다.
나중에 바에 들어가서 부재료가 부족한 걸 눈치챌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때는 직접 만들어도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부재료 만들기
오전 미들로 들어가면 늘 같이 일하는 파트너 한 분이
내가 부재료를 한두 개씩 만들어볼 수 있도록 챙겨주신다.
덕분에 지금은 열 종류 정도는 혼자서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아직 언제 어떤 타이밍에 만들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건 곧 익히게 되겠지 싶다.
일보다 어려운 건 사람
일 자체는 솔직히 그렇게 힘들지 않다.
오히려 가끔 스트레스가 오는 건 같이 일하는 파트너들과의 관계에서다.
하나의 썰을 풀어보자면
나를 거의 전담해서 교육하고 있는 수퍼바이저 한 분이 있는데 이분의 말투가 센편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들어오기 전 신규 파트너들이 일을하다
초반에 못 버티고 많이 나갔다는 말이 무슨 말이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1주 차쯤엔 그냥 '아, 조금 날카로운 사람이구나'하고 별 생각이 없었다.
2주 차부터는 계속 이분과 붙어 있다 보니 매일 날카로운 피드백을 받아야 했고
솔직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러다가 3주 차가 된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이 파트너는 말투는 좀 세지만 업무적으로는 배울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것이다.
내가 배우는 중이다 보니 한두 번 알려준 것도 헷갈리고
'이거 어떻게 하더라?' 싶은 순간이 종종 있었는데
'이거 저번에 알려주셨었는데 기억이 안 나요'하면 군말없이 다시 차근차근 알려줬다.
그리고 이 파트너가 화내는 상황을 옆에서 보다 보면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화내지 않는다.
자기가 생각하는 '매장 운영 기준'이 있는데 그게 무너져 있을 때 화를 낸다.
예를 들면 소모품 등이 엉망으로 정리돼 있거나 비어 있으면
혼잣말로 시원하게 욕을 한번 내뱉고는 바로 다시 정리해버린다.
한 번은 내가 캐리어를 바 아래에 선반에 급하게 끼워넣었었는데
정리가 안된 상태를 발견하고는 '이렇게 막 넣으면 안된다'고 피드백을 담백하게 남긴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전부 다시 말끔하게 정리했다.
이때 '아, 일은 확실하게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결론을 이렇게 내렸다.
말투는 반면교사 삼고,
업무와 노하우는 열심히 배워야겠다.
워싱의 진실
아 근데 이런 일도 있었다.
점장님이 어느 날 나에게
'요즘 머그컵이나 접시가 깨지는 일이 자주 발생하니 조심히 다뤄달라'고 했다.
또 다른 파트너는 내가 워싱을 끝내고 나오자마자
'혹시 워싱 후에 헹구지 않고 그냥 식기세척기에 넣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나는 일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당연히 머그나 접시를 조심히 다루고 있었고,
워싱할 때도 거품을 다 헹궈내고 넣는 편이었다.
그래서 '왜 나를 의심하지?' 싶은 정도의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범인을 눈앞에서 목도하게 되었다.
범인은… 나를 가르쳐주고 있는 바로 그 파트너였다.
그날도 평소처럼 워싱을 하고 있었는데
그 파트너가 옆으로 오더니
'집에서 설거지할 땐 그렇게 꼼꼼히 하는데 여기서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워싱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면 다른 파트너들이 당신 일까지 떠안게 돼요'
라고 말하면서 워싱 시범을 보여줬다.
피드백 내용 자체에는 '그래, 내가 좀 빠르게 해야겠구나' 하고 동의했다.
근데 놀란 건 워싱 방식이었다.
그날따라 본인이 힘들었던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머그컵을 거의 던지다시피 다루고,
대충 닦고,
대충 헹군 뒤 거품이 보이는 상태로
그대로 식기세척기에 넣어버리는 것이다.
식기세척기 물은 하루 종일 교체되지 않고 계속 순환된다고 교육받았는데
이 사람은 그 부분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는 고객들이 떠올랐고
'이거… 괜찮은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탈 난 고객은 없었지만
'탈 나는 순간까지 그냥 기다리는 건가?'
'그때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가는 거지?'
이런 생각까지 번졌다.
그 사람이 시범 보이고 돌아간 뒤
나는 남은 설거지를 하려고 접시 하나를 들었는데
그 아래에 와장창 깨진 접시 조각이 있었다.
그때 '아, 저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그 이후로는
다른 파트너들도 이 상황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모르는 척하는 건지, 진짜 모르는 건지 아리송했다.
점장에게 말해볼까도 했지만
점장도 워싱할 때 거품을 덜 헹구는 모습을 보고
'여기서는 원래 이렇게 하는구나'싶어서 말을 접었다.
동생에게 조언을 구하니
'본사는 오래 일한 파트너들 편이라 바뀌는 건 거의 없다.
부조리하게 느껴지더라도 초반엔 그냥 그 방식에 맞춰서 하고
나중에 연차 쌓이면 본인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된다'라고 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또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그런 느낌ㅋㅋ
'현장직이란 이런 건가'싶다.
혹시 다른 지점도 이렇게 하나 궁금해서 동생에게 물어보니
본인 매장은 바빠도 절대 이렇게 하진 않는다고 했다.
'설거지는 매뉴얼이 없어서 그 지점만의 방식인 것 같다'고 해서
그렇구나, 하고 일단 수긍했다.
그래서 지금은 나도 내 나름대로 타협한 방식으로 워싱하고 있다.
교육받은 내용도 지키고, 지점 분위기도 너무 어긋나지 않게.
그래도 즐겁다
그래도 대부분의 파트너들은 정말 친절하고 따뜻하다.
웃으며 인사해주는 고객들도 많고
새로운 일을 배우는 매 순간이 신기하고 재밌다.
'아, 나 이런 거 잘 좋아하네' 싶은 순간들이 늘어난다.
처음엔 1~2년만 해보자 했는데 요즘은 점장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의 모든 과정이 '점장을 준비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다음번엔 내품기/부재료 시험 이야기를 써볼 예정이다.
여기에도 나름의 에피소드가 있으니까ㅋㅋ
아 그리고 다른 파트너들과의 따듯한 일화도 생각나니 이것도 언젠간 풀어봐야지.
다음 포스팅 때까지 파이팅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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